*平原君과 毛遂
趙王은 秦軍에게 37개의 城을 빼앗긴데다가, <명년 봄에 다시 쳐들어 오겠노라>라는 통고까지 받고 나니, 国家의 존망이 크게 걱정스러웠다.
그리하여 현명한 아우인 平原君을 불러 상의한다.
"秦軍이 明春에 다시 쳐들어 온다 고 했으니, 이 일을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평원군이 대답한다.
"우리만의 힘으로는 秦軍을 당해 낼 능력이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똑같이 설움을 당하고 있는 인접 국가인 楚, 魏등과 군사동맹을 체결하여, 공동 방위태세를 갖추는 것이 상책이겠습니다."
"초와 위가 우리와 함께 싸워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그러나 秦의 행포가 워낙 극심하기 때문에, 그들이 진나라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우리와 손을 잡으려고 하겠는가."
"물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일이오니, 되든 안 되든 간에 제가 직접 나서서 우선 楚나라 부터 설득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平原君은 워낙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평소에도 3천 여명의 선비들을 食客으로 거느려 오며, 그들을 친형제처럼 소중하게 여겨 왔었다.
평원군이 식객들을 얼마나 존중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그가 살고 있는 근처에 절름발이 농사꾼이 하나 살고 있었다.
그 절름발이가 어느 날 물을 길어 가지고 절룩거리며 돌아오고 있노라니까, 평원군의 爱妾이 그 꼴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어 대었다.
절름발이 농사꾼은 수모를 당한 것이 크게 분하여, 그 길로 평원군을 찾아와 이렇게 떠졌다.
"나는 공자께서 선비들을 소중히 여기시는 것을 보고, 내심으로 존경심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자의 후실은 내가 절름발이인 것을 보고 조소를 하고 있었으니, 公子께서는 체통을 생각하시와 그 여인의 목을 베어 주시옵소서."
"잘 알았소이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만 돌아가시오."
평원군은 듣기 좋은 말로 돌려보내며, 속으로 혼자 웃었다.
사람의 목을 그런 일로 잘라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웬일인지 똑똑한 선비들이 한 사람 두 사람씩 떠나기 시작하더니 일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3천명의 식객들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나는 식객들을 조금도 소홀하게 대접한 일이 없는데, 어째서 그들은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것일까.)
평원군은 크게 의심스러워서, 하루는 떠나는 선비를 붙잡고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나는 先生들을 성의껏 대접하느라고 하는데, 선생들은 무슨 이유로 연달아 나를 버리고 떠나가시오?"
보따리를 둘러메고 떠나가려던 식객이, 평원군을 보고 말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구료.
선생이 왜 나를 버리고 떠나 가는지, 그 이유를 좀 말해주세요."
식객은 평원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이 공자의 곁을 떠나 가는 것은, 공자께서는 절름발이 양민의 호소를 무시하고, 후실의 목을 베어 버리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평원군으로서는 너무도 뜻 밖의 대답이었다.
"아니, 병신을 한 번쯤 비웃어 주었다 해서, 사람의 목을 함부로 베어 버려야 옳다는 말씀이오?"
그러자, 식객은 얼굴에 노기를 띠며 정색을 하고 나무란다.
"선비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람들입니다.
공자는 절름발이 양민의 정당한 호소를 듣고도 문제의 여인을 살려두고 계시니, 그것은 자기 집 식구가 소중한 것만 알고, 양민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공자께서 의리를 모르시니, 똑똑한 선비들이 어찌 공자의 그늘에 머물러 있겠나이까."
平原君은 그 말에서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애첩의 목을 그 날로 베어 버렸다.
그 소문이 알려지자, 이미 떠나갔던 선비들이 다시 찾아 왔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때부터는 유능한 선비들이 더욱 많이 모여 들었다.
(오늘 날에도 그와 같은 지도자가 있다면, 누가 그를 따르지 않을 것이랴.)
그건 그렇다 치고, 군사 동맹을 맺기 위해 楚나라로 떠나려면 수행원이 필요하기에, 평원군은 식객들 중에서 20여명을 선발하기로 하였다. 설득력이 강하고 변설이 능란한 사람이라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19명의 수행원은 쉽게 선정하였으나, 나머지 한명은 적격자를 찾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노라니까 毛遂라는 食客이 자원하고 나서면서 말한다.
"나머지 한 사람은 저를 대리고 가 주시옵소서."
평원군은 묘수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얼굴은 눈에 익어도, 평소에 신통치 않게 여겨졌던 인물이었다.
"선생은 내 집에 오신지 몇 해나 되셨소?"
"公子의 신세를 지은 지가 어언간 3년이 넘었습니다." "3년....."
平原君은 내심 실망을 금치 못하며,
"이렇게 말하면 선생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명한 사람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송곳(囊中之锥)과 같다고 하였소.
송곳 끝은 반드시 주머니 밖으로 솟아 나오게 마련인 것이오.
선생은 내 집에 오신지 3년이 넘는 오늘 날까지 나에게 송곳 끝을 보여준 일이 없으셨으니,
내 어찌 선생에게 초나라에 동행하자고 할 수 있겠소?”
...♡계속 20회 기대하세요~~~
● 楚汉志.19●
2020. 4. 30.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