毛遂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대답한다.
"송곳 끝이 주머니 밖으로 솟아 나오려면, 그 송곳이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公子께서는 저를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신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를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십사 하는 뜻에서 배행을 자청한 것이옵니다."
平原君은 모수의 뛰어난 논리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그를 수행원 축에 넣어 주었다.
19명의 수행원들은, 모수가 동행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모두 코웃음을 치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평원군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끝내 모수를 대동하기로 하였다.
며칠 후에 평원군 일행은 楚나라로 찾아와, 楚王과 회담을 시작하였다.
초왕과 평원군은 당상에 단둘이 마주 앉았고, 수행원 일동과 楚나라 중신들은 단하에 이열 횡대로 마주앉아, 회담에 가담하고 있었다.
회담 석상에서 平原君은 趙, 楚, 魏의 인접 삼국이 军事同盟을 체결하여, 강적 秦나라를 공동으로 섬멸시켜 버리자는 소위 合从说(합종설)을 입이 닳도록 역설하였다.
그러나 楚王은 좀처럼 응해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趙나라와 섣불리 군사 동맹을 맺었다가 秦의 미움을 사는 날이면,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결과가 되겠기 때문이었다.
회담은 아침부터 시작되었건만, 날이 어두워져도 결말이 나지 않았다.
毛遂는 진종일 참고 견디다가 보다 못해 마침내 단상으로 뛰어 올라와 楚王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군사 동맹을 맺고 안 맺고는 한 마디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인데, 무엇 때문에 이처럼 시간을 끄시오?"
楚王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평원군을 보고 묻는다.
"이자가 누구요?"
"제가 데리고 온 수행원입니다."
그러자, 초왕은 대로하며 벼락같은 호통을 지른다.
"너 이놈! 썩 물러가거라.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네놈이 감히 이토록 무례한 행실을 하느냐."
이에 모수는 가슴에 품고 있던 칼을 꺼내어, 초왕의 가슴에 들이대며 맞선다.
"당신이 나를 꾸짖는 것은 초나라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지금 내 눈 앞에 있고, 당신을 도와 줄 사람들은 멀리 있소.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서, 可否를 대답해 주시오....
楚는 영토가 秦나라 못지 않게 넓을 뿐만 아니라, 军事도 백만 명이나 가지고 있지 않소.
그러한 강대국이 秦나라의 보복이 두려워서 이웃 나라와 화친하기를 꺼린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요.
당신네 나라가 그처럼 비겁하기 때문에, 秦에게 멸시를 받게 되는 것이오.
우리가 군사동맹을 맺자는 것은 우리나라를 위하기보다도 당신네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어째서 모르시오.
진실로 떳떳한 국가가 되고 싶거든, 秦에 대한 공포심부터 없애 버리시오."
楚王은 모수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 있어서 즉석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생의 말씀을 들어보니, 과연 내가 지나치게 비겁했던 것 같구료,
그러면 귀국과 군사 동맹을 맺기로 합시다."
军事同盟은 일순간에 합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수는 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모수는 단하에 있는 초나라 중신들을 굽어보며 命令하듯 말한다.
"大王께서 군사 동맹을 맺기로 결정하셨으니, 이제는 血盟의 仪式을 수행해야 하겠소.
어디 가서 말과 닭, 개의 피를 속히 구해 오도록 하시오."
(옛날에는 국가간의 중요한 협약을 맺을 때에는, 동물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의식이 있었다.)
楚나라 중신들이 동물의 피를 구리 쟁반에 그득히 담아 올리자 모수가 楚王에게 정중히 받들어 올리며 말한다.
"大王께서 먼저 피를 드신 후에, 중신들에게도 골고루 나누어 들게 하시옵소서.
平原君과 저희들은 그 다음에 들기로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군사 동맹의 의식이 끝나자, 초왕은 모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내 오늘, 선생의 깨우침을 듣지 못했던들 나는 언제까지나 비겁한 왕이라는 조소를 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오.
그런 의미에서 선생은 우리 나라의 귀객이기도 하오."
모수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과찬의 말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은 다만 趙. 楚 양국의 국운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大王에게 예절을 벗어나는 망동을 저질렀사오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초왕은 크게 웃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것이 바로 충성심이거늘, 내 어찌 선생에게 벌을 내릴 수 있으리오.
만약 금후에 秦军이 귀국으로 쳐들어 간다면, 우리는 春申君으로 하여금 10만 대군을 이끌고 달려가 귀국을 도와 드리도록 할 것이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모수를 경멸해 오던 19명의 수행원들은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평원군이 군사동맹에 성공하고 돌아오자, 趙王은 크게 기뻐하며 평원군에게,
"公子가 아니었던들, 그런 어려운 일을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오."
하고 칭찬을 마지 않았다.
그러자 평원군은
"아니옵니다. 이번 일은 모두 毛遂 선생의 공로인 것이옵니다.
선생이 동행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 왔을 것이옵니다."
하고 모든 공을 모수에게 돌렸다.
그리고 모수를 따로 모셔다가, 융숭하게 대접하면서 이렇게 고백하였다.
"오늘날까지 나는 사람을 보는 눈에 자신이 있다고 자주해 왔건만, 先生을 너무도 잘못 보아 왔으니, 이런 부끄러운 일이 없소이다.
선생의 세치 혀는 백만 대군보다도 강했고, 선생의 웅건한 기상은 天下를 덮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나를 과히 나무라지 마시고, 끝끝내 바른 길로 인도해 주소서."
"무슨 말씀이신지요! 공자께서 평소에 고매하신 의리를 베풀어 주지 않으셨던들, 저 같은 것이 무슨 설명이 있으오리까."
의리로 맺어진 두 사람의 겸손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계속 21회로~~~
● 楚汉志.20●
2020. 4. 30.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