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파손된 점자블록,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9기 인권기자 손승호

   

오월의 훈풍이 불어온다.

금호강변의 둔치에는 형형색색의 들꽃이 피어 진한 향기를 내뿜어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다. 이렇게 좋은 봄날엔 강아지도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 몸부림치는데, 사람이야 오죽 하겠는가? 마음이 아픈 사람이나 몸이 다소 불편한 사람도 광야로 나가 자연의 치유나 회복을 간절하게 원한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퀸벨호텔 앞 왕복 8차선 버스정류장 근처이다. 반대편에는 강남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으로 돌면 금호강 둔치로 가는 진입도로가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여 인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곳에서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더듬으며 서성거리고 있는 광경을 라일락 꽃 향기가 짙은 사월 중순에 보았다. 점자블록을 따라 가 보았더니 노란색 점자블록이 파손되어 조각난 파편을 누군가가 치우고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의 흰 지팡이는 당연히 이상을 감지한 것이다.

   

   

                                                         ▲ 퀸벨호텔 앞 인도에 점자블록 일부가 파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보수를 하지 않았다. 열흘이 지난 후 또 가 보았다. 한 달이 경과하여도 그대로였다. 이제 두 달이 다가온다. 행정기관에서도 그 누구도 무관심할 뿐이다.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분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좌시하고 사소한 일로 여기니 한심한 일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점자블록 고급품이 장당 오천원 미만이었다. 이렇다면 예산을 탓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우리 눈은 갑자기 나빠질 수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예비 시각장애인인지 모른다. 제발 관심을 갖고 장애인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오늘도 호텔 앞에는 리무진 관광버스가 육중한 몸체로 점자블록 바로 옆에 주차해 있다. “버스 기사님! 배려하는 마음으로 약한 점자블록이 파손되지 않도록 관심 좀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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