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문법,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손승호 씨 ‘어항 속의 교훈’ 외 2편 당선

[뉴시스와이어] 2009년 04월 02일(목) 오후 03:52    가 | 이메일| 프린트 

【뉴시스와이어】

녹색문법을 지향하는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손승호(사진) 씨가 작품 ‘어항 속의 교훈’ 외 2편으로 당선되었다.

   박인과 녹색문학평론가는 “손승호 씨의 수필 ‘어항속의 교훈’은 어항 속에서 점점 자라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어항 속을 황폐화 시키는 악어거북의 난폭함을 보면서 말없이 오물청소를 수행하는 청소고기, 그리고 온 가족이 협력하는 물피고기의 생활을 보여주며 우리의 생태계를 조명하고 있다. 그런 그의 문장 속에서 어울림의 생태계를 향한 문학적 사명의식이 나타나고 있다. 그의 수필은 맛이 있다. 한 올, 한 올, 직조하듯 잘 구성한 작품들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오버랩 시키면서 작품 속에 교훈적 가치를 부여한다. 이 작품은 그가 그렇게 그려낸 생태적 녹색수필로서 잘 짜여진 그린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라고 단평했다. 다음은 손승호 씨의 당선작 ‘어항 속의 교훈’, ‘균형’, ‘새옹지마’ 중에서 ‘어항속의 교훈’ 전문이다.


♣ [수필] 어항속의 교훈 / 손승호

나는 지금 투명한 사각의 유리창 너머로 어항속의 괴물을 훔쳐보고 있다. 괴물은 거북과 악어 그리고 용이 혼합된 형상을 하고 있다. 자연산 태생임을 입증하는 검은 원형반점이 분명하게 배 중앙에 표식 되어있다. 사람들은 이 괴물을 가리켜 오랜 세월을 산다는 악어거북 또는 밀림의 괴물이라 부른다.
날카로운 이빨이 길게 늘어서 있는 크고 긴 무서운 입, 굵은 발톱이 있는 힘센 앞발, 돌기가 나있는 긴 목, 힘이 엄청 센 길고 두꺼운 꼬리, 딱딱한 등은 악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래바닥을 기어 갈 때는 거북이, 내가 넣어준 미꾸라지를 단숨에 삼킬 때는 악어, 그리고 목을 길게 수면 밖으로 뺄 때는 마치 용같이 보인다.
지난해 겨울, 양육하고 있던 외로운 고슴도치와 악어거북을 교환했었다. 아마존 강이나 필라델피아의 호수에서 사람을 헤치는 밀림의 괴물이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까지 왔는지 나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 이미 몇 차례나 주인이 바뀌는 세탁과정을 거쳤으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악의 없이 트렁크 밑에 숨겨서 왔을지 모른다고 추측을 해 본다. 나는 처음에는 보통거북으로 알고 감마루스(거북, 자라용 필수먹이)를 먹이며 별빛같이 영롱한 눈을 가진 이 거북을 귀여워했다. 침대 옆 남쪽 창가에 수족관을 자리 잡고 큰 돌을 놓아 거북이가 오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리고 모래와 자갈, 수초를 넣고 물속 공기통과 은은한 불빛도 설치하여 맑고 밝은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각종 물고기 가족을 이주 시켰다. 우선 가재 두 마리를 옮겼다. 그다음은 가시고기도 넣고, 물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고기를 이동한 다음 마지막으로 청소고기 다섯 마리도 합류시켰다.
나는 이렇게 어항이라는 소우주를 만들어 놓고 매일 괴물과 고기들을 예의 주시하며 마치 신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가시고기를 관찰해 보고 싶었다. 엄마가시고기가 알을 낳으면 그냥 도망가는지, 아빠가시고기가 마지막까지 그 알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물고기나 적들이랑 싸우는지, 부화되면 새끼들이 아빠가시고기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 버리는지 결국 홀로 남은 아빠가시고기는 돌에 머리를 쳐 박고 죽는지 가시고기의 일생을 검증하고 싶었다.
어항에서 서로 뒤엉켜 노는 고기들의 모습이 도심의 중심 거리처럼 활기가 넘친다. 살펴보니 물 상층부에는 자기들의 영역을 오가는 피라미 고기들이 있고, 수위의 중간층은 가시고기와 물피 고기가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 층은 거북과 가재가 활개치고 있었으며, 가무 짭짭하고 납작하게 생긴 청소고기는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배설하는 다른 고기들의 오물을 부지런히 먹고 마시며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사람이나 고기나 층을 이루어 무리 지어 사는 양상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몇 달의 세월이 흘러가자 고기들의 평화는 깨지고 어항은 공포의 도가니로 변해가고 있었다. 보통 애완용 거북이는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아무리 먹여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악어거북은 점점 돌기가 생기고 힘이 세지며 큰 형체로 변화되어 갔다. 이제 내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자랐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가재와 전쟁을 하듯 싸우는 모습은 험악하였다. 긴 더듬이를 가진 붉은색 가재는 특히 화려하게 생겼다. 악어거북의 돌변에 당황하며 암수 두 마리 가재가 동시에 협공을 하는 것이 보였다. 가재는 다리가 부러져 없어져도 허물을 벗으면 그 없어진 다리가 본래 대로 멀쩡하게 생겨나는데 애석하게도 그 성스런 허물 벗는 장면을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약육강식의 냉엄한 우주의 현상을 설명하듯이 강자에 의해 잡아먹히는 참혹한 가재의 최후를 보았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어제 보이던 고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가시고기와 물피고기 그리고 청소고기를 다른 어항으로 옮겼다. 평화로운 어항에서 가시고기는 소라껍질 속에 알을 낳았다. 아직은 엄마고기와 아빠고기가 교대로 문 앞을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 엄마가시고기가 아빠가시고기를 배신하고 도망가는지 똑똑히 볼 참이다. 물피고기는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고기이다. 나는 유독 물피고기에 정이 가서 무심코 먹이를 듬뿍 뿌려 준다. 엄마 물피고기가 알을 낳으면 안전한 부화를 위해 부모고기는 물론이고 숙모, 이모, 고모 등 모든 친인척이 더불어 부화를 지킨다는 사실이다. 핵가족으로 분화된 오늘의 삭막한 사회에서 점점 메말라 가는 인간의 세태를 비웃는 모습이다.
한편, 악어고기는 엄청 커졌다. 어항속의 모든 고기들을 차근차근 잡아먹어 이제는 외롭게 자기 혼자만 남았다. 꼬리 하나의 힘으로 서서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고 무거운 돌을 움직이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교만하기 짝이 없다. 솔직히 감당하기 힘이 든다. 내가 만약 악어거북을 강에 풀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서 석 자 이상 자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길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옛날에는 물장구치며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 다녔던 강물에 지금은 이렇게 위험한 괴물이 노리고 있다는 분명한 현실을 보통 사람들은 까마득하게 모를 것이다. 세계화가 가져다준 작지만 무서운 선물이다.
오늘도 식성 좋은 악어거북의 생존을 위해 주둥이에 수염 여섯 개가 예쁘게 달린 미꾸라지를 하루에 열 마리씩 어항 속에 넣어 준다. 미끄러운 장점을 이용하여 필사적으로 도망쳐 보지만 단숨에 허리를 잘리어 희생당하는 모습이 역겹다.
어항 속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쳤다. 귀엽기만 하던 악어거북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무서운 괴물로 변하듯이 온화한 성품의 사람도 권력을 소유하면 무소불위의 괴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비록 미물이지만, 자기의 미천한 운명을 수용하고 말없이 오물 청소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청소고기와 온 가족이 서로 협력하여 부화를 지키는 물피고기의 아름다운 생태를 바라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끝.


♣ 당선소감

저는 당선 소식을 듣고 왠지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가슴의 한켠을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보다 진솔하고 겸손의 미덕을 두루 갖춘 글을 쓰는데 매진하여 독자의 공감을 얻도록 배가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오늘은 각고의 단련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겠습니다.
문득 생각이 납니다. 어린시절, 저는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산촌에서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야생화의 신비로움을 바라보았습니다. 토끼와 노루, 그리고 꿩과 종달새와 함께 야산의 솔밭과 초원의 들판을 달리고 날아보며 마치 어린 짐승처럼 살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여름날에는 못둑 위에 모락모락 모기불을 피우고 멍석 위에 반듯이 누워 시시각각으로 하늘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별빛의 유영을 응시하며 가슴이 울렁거리는 진동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내면의 감흥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도 부족한 필력을 두려워하여 그때마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지나간 후로는 진실한 삶의 흔적을 토로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저를 수필의 광장으로 이끌어 주신 수필창작대학 홍억선 선생님과 동기생, 한국낭송문학회 이병훈 회장님과 다정다감한 문우님들께 심심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직 저의 글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여 부족함을 차근차근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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