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개소10주년 기념 특강에 참석하기 위하여 설레는 마음을 품고 대구인권센터로 서둘러 출발했다. 교육장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 분위기와 온화한 대화 속에서 향기로운 사람의 냄새가 났다.

 

   나는 좌측 가장자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귀를 기울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강사는 ‘가위, 바위, 보’로 마을의 의사를 결정한 사례를 들어 차분하게 인권에 대하여 간과했던 부분을 일깨우는 열띤 강의를 이어갔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은 연달아 이길 수도 질 수도 없으므로 공평하게 보였다. 그러나 마을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쳐 주먹을 펼 수가 없어 항상 주먹만 내는 자가 있었는데, 이를 알고 있는 상대방이 보자기를 내어 늘 패배하던 그는 이러한 방식은 불공평하니 왼손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촌장은 규칙은 신성하기 때문에 오른 손으로 해야 한다고 묵살한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도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돼지 축사에서 분뇨를 치우던 외국인 노동자가 올해만 4명이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한 이야기를 접하니 가슴이 먹먹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대신하다가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슬픈 사건의 내면에 인권을 무시한 양돈주의 무지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박진 강사의 강의에 몰입하다 보니 한국사회의 인권침해가 적지 않음을 실감하였다. 삼성전자 근로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사건, 구의역 청년 스크린도어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3000명해고 사건, 밀양송전탑 사건. 세월호 민간잠수사 2명 사망 사건, 군이나 직장에서 상사에 의한 성추행 자살 사건 등 우리가 좌시하는 오류에 기인하여 인권침해는 연일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는 것이다.” 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교육의 말미에 노르웨이 교도소의 실태를 영상으로 보고는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죄인들이 생활하는 창살 없는 교도소가 시설 등 다방면에서 여느 호텔의 시설보다 더 좋았던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다는 자아 존중감이 재범률을 낮추는 것일까? “인간다운 대접이 인간다운 생각을 만든다.”는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 본다.

 

   강의의 말미에 주어진 질문시간에는 국가보안법 제7조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2시간여 진행된 강의를 진지하게 들으며, 인권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관점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권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70억 인구가 다 다르게 생겼듯이 생각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타인의 삶과 사상을 인정하는 것이 인권의 출발점이다.

 

오늘따라 인권이란 어휘가 긴 여운으로 내 마음에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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