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풀 되어

 

김미선

 

 

불초여식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아 뵙지 못하고

세월 넘겨 찾아 뵈오니

아버지 풀 속에 누워 계시더라

풀들과 아주 친해져

본척만척 하시더라

풀세상에서 이 생의 모든 업

다 풀고 풀되어 사시더라

풀, 나비, 새, 온갖 꽃들과 놀고

바람하고도 아주 친해졌더라

못 내 섭섭하여

모퉁이 돌아서서 훌쩍거리며 울었더라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소복소복한 풀들 울타리 되어

이웃 하고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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