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국에 놀라 냉채를 입으로 불다.
○ 懲(징계할 징) 羹(국 갱) 吹(불 취) 虀(버무릴 제)

뜨거운 국에 데어(懲羹) 시원한 냉채를 분다(吹虀)는 성어는 어려운 한자가 섞였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댕 보고 놀란다’, ‘뜨거운 물에 덴 놈 숭늉 보고도 놀란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뜻이다. 한 번 실패해서 모든 일에 지나치게 조심하거나 경계함을 비유한 말이다.

이 말은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 屈原(굴원)의 ‘楚辭(초사)’에 실려 전한다. 초나라 懷王(회왕)의 충신인 굴원은 강국 秦(진)과 대항하기 위해선 齊(제)와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의 재상이었던 張儀(장의)는 이 연합을 깨기 위해 회왕의 애첩과 간신을 매수하여 굴원의 실각 공작을 폈다.

이들의 농간으로 굴원이 쫓겨나자 장의는 회왕을 구슬려 제와 단교하면 진의 국토를 할양하겠다고 제의했다. 왕은 덜컥 제나라와 동맹을 끊었지만 약속을 이행할 리 없는 진에 화가 나 군사를 진격시켰다가 도리어 패하고 접경지역 땅까지 빼앗겼다.

그제야 굴원을 다시 등용시켜 중책을 맡겼다. 이후 왕은 진 초청에 응했다가 포로가 되어 객사하고 그 책임을 둘러싸고 굴원은 다시 누명을 덮어써 추방되고 말았다. 그는 10여년을 울분에 찬 채 한결같이 洞庭湖(동정호) 주변을 맴돌다 汨羅水(멱라수)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汨은 물이름 멱.

그의 대표작 ‘離騷(이소)’와 함께 잘 알려진 ‘초사’에는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고 간신을 미워하는 심경이 담겼는데 惜誦(석송)이란 시에 이 성어가 들어 있다. ‘懲於羹者 而吹虀兮 何不變此志也/ 뜨거운 국에 데면 냉채까지 부는 법이니 어찌하여 곧은 절개 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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