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을 빠지게 한 뒤 나라를 빼앗다
○ 消(사라질 소) 力(힘 력) 奪(빼앗을 탈) 國(나라 국) 
 
움터에서는 계책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속임수를 쓰는 것도 부끄러워하거나 싫증을 내어서는 안 된다고 兵不厭詐(병불염사)란 말이 가르친다. 대표적인 병법서 孫子兵法(손자병법)에서도 전쟁이란 속이는 것이라며 강한 전투력이 있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도 적에게는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고 했다. 混水摸魚(혼수모어)란 것이 있다. 三十六計(삼십육계)의 하나인데 물을 흐리게 하여 고기를 잡는다는 계책이다. 적의 내부에 잠입하여 적진을 교란하고 지휘본부를 혼란에 빠뜨린다. 
 
교묘한 수로 적국의 힘을 빠지게 한(消力) 다음 그 나라를 침공하여 빼앗는다(奪國)는 이 성어도 속임수를 이용한 것에서 마찬가지다. 三國史記(삼국사기)와 古今淸談(고금청담) 등에서 우리나라 고사성어를 수집, 정리한 임종대의 ‘韓國故事成語(한국고사성어)’에 百濟(백제)의 蓋鹵王(개로왕, 455〜475)을 예로 들고 있다. 21대 왕인 개로왕은 즉위 초에는 나라를 정비하고 부국강병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高句麗(고구려)와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라 남쪽 변경을 수시로 공략하여 피해를 줬다. 그런데 개로왕에게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둑을 무척 즐긴다는 것이다. 수가 높은 사람을 보면 누구든 궁중으로 불러들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국에 빠졌다.  
 
어느 날 道琳(도림)이라는 스님이 개로왕을 찾아왔다. 자신은 고구려의 승려로 죄를 지어 백제로 도망 왔는데 왕의 바둑이 높다는 소문을 듣고 한 수 배우러 왔다고 했다. 도림은 長壽王(장수왕)이 백제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첩자로 보낸 사람이었다. 그것을 알 수 없는 개로왕은 도림의 높은 바둑 수에 매료되고 말았다. 빈객으로 대접을 받던 도림이 왕에게 백제는 산이 험준하여 적국이 잘 넘보지 못하므로 궁궐을 크게 지어 위엄을 나타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옳다고 생각한 왕은 나라의 장정을 동원하여 큰 궁궐을 완성했고, 국고를 채우기 위해 가혹하게 세금을 거뒀다. 노역에 찌든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자 도림이 살짝 고구려로 빠져나간 뒤 공격하게 했다. 뒤늦게 속은 것을 안 개로왕은 도망쳤으나 阿且城(아차성)에서 살해됐다. 漢城百濟(한성백제)도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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