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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다만 천룡의 등뼈가

천하불후의 자태로 굳어있는 것일까?

금방에라도 다시 살아나려는지 꿈틀거리며 몸을 비틀고 있다.

남산南山의 최고봉인 수리뫼高位山 정상

용의 비늘처럼 마디마디 겹쳐 내린 옹골찬 위세의 천룡암 바위.
이는 필시 용의 화석임에는 틀림없으라.

용이란 전설 속에나 있어 왔던 신화적 존재였다고 하지만 여기에 와서 보면 알 것이니 그다지 현실 밖의 허구만은 아닌 듯싶은 것이 힘찬 솟구침 같은 저 동적인 자세하며 저 숨소리의 느낌에서가 그렇다.

천룡天龍. 이는 분명 살아있는 용이다.

엎드린 용의 발톱인 듯 비탈길 처처에는 노송의 뿌리.

겨울산 찬바람이 능선을 쓸고 넘는다.

이렇듯 산은 언제나 누군가를 맞으며 보낸 뒤에 또 다른 기다림으로 있는데 그 대열의 순서에 따라서 나 여기 석경에 올라섰다.

아름드리 소나무 또한 용틀임인 듯싶은 것이 위로 치켜서 오르는 나무들 몸통마다에는 덕지덕지 비늘껍질 갑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간에 산에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저마다 혼자라도 즐겁게 찾고 걷는 것이려니 산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가슴이 어디에 또 있을까?

산은 멀리에서 보기엔 외롭지만 그 품에 안기고 나면 이보다 더 포근한 곳은 없으리라.

오늘 여기의 수리뫼 봉우리, 천룡암 암자 앞에는 집체만한 바윗돌이 초병처럼 여기저기에 섰는데 하늘에는 백운이 비껴서 흐른다.

저 아래쪽 분지에는 신라新羅의 천룡사天龍寺 절터가 있다.

근간에 복원된 3층의 석탑 하나, 보물 제1188호.

내남면 용장리內南面 茸長里 875번지, 발굴해 버린 주변의 땅에서 무언가 모를 비애가 안개처럼 감돌아든다.

멀어진 영혼, 산천에 찍혀있는 신라인의 지문.

바람이야 가든 말든 간에 아쉬울게 없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어제의 이름들이 오늘 이렇게도 목 메이게 그리운데 저 아래 틈수골에서 밟고 오르는 또 하나의 슬픈 손님.

그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오늘밤 외로운 꿈자리에서 만나 그대들 따뜻이 손잡으리라.

천룡, 천룡, 천룡의 그림자에 기대인 채 뜨겁게 손을 잡고서 편안히 밤을 보내리라.(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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