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 내어주고 나를 받아주는 길을 간다.
먼 산 바라보고 걸었던
무심히 내딛는 발에 밟힌 생명들에 대한 생각
봄싹 움트듯 돋아나더니 개미처럼 분주하다.
잎과 열매 다 내어준 채
묵언 수행에 든 은행 나무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유리창처럼 투명한 하늘,
마음 속까지 들여다 보는 듯한데
저처럼 맑아질 수 있는가
나는,
은행나무와 이 땅의 모든 것들,
하늘도 길 위에서
살고 있었음을 오늘에야 알게 된
나는,
누군가에게 길이 되어준 적이 있는가.
-박소영 '사과의 아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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