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방비한 시간이 흘러간다.  

행복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너무나도 무방비하게.  

그리고 흘러가버린 시간은
갑자기 소리도 없이 이 수조처럼
마음속 깊숙이에 덧쌓이고,  

어쩔 수도 없을 만큼 덧쌓이고,  

그래서 결국 손으로
잡을 수조차 없게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고,  

그렇게 켜켜이 덧쌓여가는,  

그렇게 두 번 다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 늘어만 가는 게 무섭다.  

분명 지금 이 순간처럼 잊을 수 없는
행복하고 조용한 시간 하나하나가...

-‘내 서재에는 책이 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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