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저지쇼어에 사는 부동산 투자업자 엘리자베스 마르투치는 11살 아들과 함께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 집 앞에 ‘우리는 코로나19 생존자들입니다’라는 표시를 했다. 확진 판정이 곧 사망 선고는 아니라는 점을 이웃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주위의 불안감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회복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일부 동네 주민은 마르투치 모자를 마주치면 얼른 피한다. 마르투치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두려워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우리는 생존자라기보다는 전파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소녀가 부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친구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일(현지시간)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수많은 완치자가 일종의 ‘낙인 효과’ 때문에 사회에 다시 섞이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완치자가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지만, 워낙 공포가 큰 탓에 가족·친지조차 이들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60세 여성은 이웃의 친절과 외면을 동시에 경험했다. 투병 후 완치 판정을 받았을 때 이웃 주민이 만들어준 닭고기 수프를 먹고 온기를 느꼈지만, 빈 용기를 어떻게 돌려줄지를 문자메시지로 묻자 그냥 버리라는 답장이 왔다.

맨해튼에 사는 서맨사 호펜버그는 완치 이후 일부러 가족을 피했다. 지난 4월 치매 합병증으로 입원했던 아버지가 병원에서 감염돼 사망하면서 가족들이 받은 충격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난달 23일, 그는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다시 입원했다. 공황발작을 일으키며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병원 사회복지사가 전화를 걸어 ‘이제 서맨사에게는 바이러스가 없으니 안심하고 오세요. 그가 가족을 보고 싶어해요’라고 전했지만 가족들은 문병을 거절했다.

플로리다주의 윌리엄 롱(17)은 다 나으면 친구들과 낚시를 하러 갈 생각을 하면서 3주간의 투병생활을 이겨냈다. 그러나 완치 후 2주가 지나도록 친구들한테서 답장이 없다. 그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겨내려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변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완치자의 재양성 사례도 있고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 태도에 상처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생존기를 썼던 언론인 셰릴 크래프트는 “우리는 매우 가치 있다. 사회로 복귀할 수 있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혈장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림받은 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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