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토비ㅣ狐死兎悲]
○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슬피 울다.
○ 狐(여우 호) 死(죽을 사) 兔(토끼 토) 悲(슬플 비)
여우가 죽으면 토끼가 슬퍼한다는 뜻으로,동류(同類)의 불행(不幸)을 슬퍼함. 여우가 죽었을 때(狐死) 토끼가 슬피 운다(兎悲)는 이 성어는 같은 처지의 동류끼리 불행을 위로한다는 뜻도 있고, 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슬픈 척 하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 元(원)나라 때 완성된 ‘宋史(송사)’의 李全(이전)전에서 이 말이 유래했다. 송나라 말기, 1127년 女眞(여진)이 세운 金(금)나라가 쳐들어와 왕을 포로로 잡아갔기 때문에 강남으로 쫓겨 가 南宋(남송)이 건립되었다. 졸지에 나라를 빼앗긴 강북 지역의 한인들은 곳곳에 자위를 위한 집단을 이루었고, 옛 땅을 찾기 위한 의병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楊妙眞(양묘진)이란 여걸이 오라버니 楊安兒(양안아)가 의병을 이끌다 전투 중 죽음을 당해 무리를 이끌게 됐고 이전이란 사람도 합류했다.
이전과 양묘진은 부부가 되어 남송과 금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했다. 楚州(초주)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남송에선 夏全(하전)이 이끄는 군대가 쳐들어왔다. 하전이 남송에 귀순한 의병 출신인 것을 알고 양묘진이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다. ‘여우가 죽으면 토끼가 슬퍼서 우는 법인데 이 쪽이 죽으면 그쪽도 어찌 홀로 살 수 있겠습니까(狐死兎泣 李氏滅 夏氏寧獨存/ 호사토읍 이씨멸 하씨녕독존)?’ 이 쪽은 물론 이전, 상대는 하전이다. 이 말을 들은 하전은 옳다고 여겨 공격을 멈췄으나 배반을 당해 나중 금나라에 투항했다. 여우 죽음을 슬퍼해 주려다 속아 넘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