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ㅣ解語花]
○ 말을 이해하는 꽃, 미인을 가리키는 말
○ 解(풀 해) 語(말씀 어) 花(꽃 화)
말을 아는 꽃이라는 뜻으로, ①미녀(美女)를 일컫는 말 ②기생(妓生)을 달리 이르는 말로,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바로 미인을 가리킨다. 아주 아름다운 꽃으로 비유한다고 해도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은 이 말에 요즘은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더군다나 옛날 권세가들의 노리개가 흔히 되었던 妓生(기생)을 가리키는 말도 되니 미인도 반대할 말이다.
이 성어가 처음 나온 것은 중국 唐(당)나라 6대 玄宗(현종, 재위 712~756) 때이니 1300년도 더 전이다. 왕의 마음을 빼앗아 나라를 기울게 한다는 미인 傾國之色(경국지색)이라면 楊貴妃(양귀비)를 연상하는데 실은 훨씬 앞서 漢武帝(한무제)의 李夫人(이부인)을 가리켰다. 양귀비는 중국의 4대 미인을 나타내는 沈魚落雁(침어낙안)과 閉月羞花(폐월수화) 중 꽃도 부끄러워 한다는 羞花(수화)에 해당돼, 말을 알아듣는 꽃과 이 말과 함께 꽃과는 많이 비교된 셈이다.
양귀비는 원래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壽王(수왕)의 妃(비)였으나 약간 통통했던 미모가 황제의 눈에 띄어 도교사원에 보내졌다가 貴妃(귀비)로 책봉됐다. 빼어난 용모뿐 아니라 가무, 음률에도 능통해 현종의 혼을 쏙 빼 놓았다. 하루는 왕이 비빈과 궁녀들을 데리고 長安(장안)의 太液池(태액지)란 연못에 핀 연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연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황제가 양귀비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꽃들과 나의 말을 알아듣는 꽃과 견줄 만한가(爭如我解語花/ 쟁여아해어화)?’ 아무리 연꽃이 아름다워도 양귀비에 빠진 현종의 눈엔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五代(오대) 때의 王仁裕(왕인유)가 엮은 ‘開元天寶遺事(개원천보유사)’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