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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황ㅣ破天荒]

효의정(손승호) 2023. 6. 5. 23:05


 
○ 혼돈한 상태를 깨뜨려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 破(깨뜨릴 파) 天(하늘 천) 荒(거칠 황) 
 
천지개벽(天地開闢) 이전(以前)의 혼돈한 상태(狀態)를 깨뜨려 연다는 뜻으로, ①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행(行)함을 이르는 말 ② 진사(進士)에 급제(及第)한 사람을 이름 
 
'천황'이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때의 혼돈한 상태인데, 이것을 깨뜨려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함을 비유하거나 썩 드문 성씨의 가문 또는 양반 없는 시골에서 인재가 나와 원래의 미천한 상태를 벗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당(唐)나라 때 형주(荊州)에서는 매년 관리등용시험에 응시자는 있었으나 합격자가 없어 사람들은 형주를 '천황'의 땅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유세가 처음으로 합격하자, 사람들은 천황을 깬 자가 나왔다며 유세를 가리켜 '파천황'이라고 일컬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당나라 때 과거의 주류는 시부(詩賦)의 창작 능력을 주로 한 학력검정시험인 진사과(進士科)였다. 시험자격은 각 지방에 설치한 국립학교의 성적이 우수한 자와 지방장관이 시행하는 선발시험에 합격하여 장관이 중앙에 추천하는 자의 두 종류가 있었다. 후자의 선발시험 합격자를 '해(解)'라고 불렀는데, 모든 일에 통달해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다음은 송나라의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북몽쇄언》 권4에 나오는 글로, 여기에 '해(解)'가 보인다. "당나라의 형주는 의관들이 모이는 곳이니 해마다 사람들을 천거하여 해(解)로 보내도 이름을 많이 이루지 못한다. 이름하여 말하기를 '천황해(天荒解)'라고 한다. 시종(侍從)이 된 유세가 형주의 해로서 급제했다. 그래서 '파천황'이라고 불렀다." 당나라 때 형주는 학문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해마다 지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중앙에 보냈지만, 급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형주는 '천황해(天荒解)'라고 불렸다. 그런데, 뒤에 시종이 된 유세가 형주의 지방시험 합격자로서 처음으로 중앙시험에 합격했다. 그래서 그를 일러 '파천황'이라고 했다. 
 
유세의 급제가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가 하는 것은, 당시 형남군절도사(荊南軍節度使)인 최현(崔鉉)이 '파천황전(破天荒錢)'이라고 하여 상금 70만 전을 유세에게 보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오늘날 이 말은 '전대미문(前代未聞)', '전인미답(前人未踏)', '미증유(未曾有)'의 뜻으로 사용된다. 또, 벽성(僻姓)이나 무반향(無班鄕)에서 인재가 나와 본디의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는 일을 뜻하는 '파벽(破僻)'의 의미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