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소장ㅣ禍起蕭墻]
○ 재앙은 담장 안에서 일어나다
○ 禍(재앙 화) 起(일어날 기) 蕭(쓸쓸할 소) 墻(담장 장)
중국 춘추시대의 노(魯)나라는 계씨(季氏)가 여러 대에 걸쳐 권력을 좌우하였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계강자(季康子)는 계씨 가문의 봉지(封地)인 비읍(費邑)에 인접한 전유를 정벌하려고 하였다. 전유는 노나라의 속국이었으나 국력이 자못 튼튼하였으므로, 계강자는 전유가 후손들의 근심이 될 것을 우려하여 미리 후환을 없애려 한 것이다.
그 무렵 공자의 제자인 염구와 자로는 계강자의 가신(家臣)으로 있었다. 공자는 염구와 자로로부터 이 말을 듣고는 전유가 사직(社稷)의 신하임을 들어 전유를 정벌하는 일이 부당하다고 하였다. 공자는 염구와 자로가 부당한 일을 막지 못하는 것을 꾸짖으며, "내가 보기에 계씨의 근심은 전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담장 안에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였다.
이 이야기는 《논어》의 〈계씨〉편에 실려 있다. 이에 대한 정현(鄭玄)의 주석에 따르면, 소장(蕭墻)은 임금과 신하가 상견하는 예법으로서 병풍을 벽처럼 둘러 엄숙하고 공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유래하여 화기소장은 재앙이 내부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되며, 내란이나 내분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화기소장이 사용된 예로는 당(唐)나라 때 호증(胡曾)이 지은 시 장성(長城) 가운데 "재앙이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오랑캐를 막는다고 헛되이 만리장성을 쌓았네(不知禍起蕭墻內, 虛築防胡萬里城)"라는 구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