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도견와계ㅣ陶犬瓦鷄]

효의정(손승호) 2023. 2. 17. 22:10



○ 흙으로 구운 개와 기와로 만든 닭
○ 陶(질그릇 도) 犬(개 견) 瓦(기와 와) 鷄(닭 계)

흙으로 구워 만든 개와 기와로 만든 닭이라는 뜻으로,외모(外貌)만 훌륭하고 실속(實-)이 없어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을 비웃어 하는 말

중국 南北朝(남북조) 시대(420~589) 梁(양)나라의 蕭繹(소역)이 지은 ‘金樓子(금루자)’에 실려 널리 전해졌다. 남조의 제3왕조였던 양은 武帝(무제)가 502년 세운 나라였는데 소역은 그의 일곱째 아들 元帝(원제)다. 개국 초기는 내정의 정비에 힘써 제법 기강이 잡혔지만 얼마 못가 반란으로 어지러웠다. 소역은 국토 대부분이 西魏(서위)로 넘어가고 인구도 3만 명이 안 되는 소국에서 시부 읽기를 그치지 않다가 성이 함락되며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의 문집에 실린 구절을 보자. ‘무릇 질그릇으로 구운 개는 밤에 집을 지키지 못하며, 기와로 구운 닭은 새벽을 알리는 구실을 하지 못한다(陶犬無守夜之警 瓦鷄無司晨之益/ 도견무수야지경 와계무사신지익).’ 개나 닭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전하여 겉과 속이 다르거나 쓸모없는 것의 비유가 되었다. 土牛木馬(토우목마)와 같고 羊頭狗肉(양두구육), 夏爐冬扇(하로동선) 등과 뜻이 통한다.

직접 관련은 없어도 도공을 빗댄 명구가 있다. ‘옹기장이 집에는 깨진 동이를 쓰고, 기술자는 허름한 초옥에 산다(陶者用缺盆 匠人處狹廬/ 도자용결분 장인처협려).’ 淮南子(회남자)에 나온다. 宋(송)나라 梅堯臣(매요신)의 시 陶者(도자)는 숙연하다. ‘문 앞의 흙을 다 구워 내었건만, 자기 집 지붕에는 기와 한 조각 없네(陶盡門前土 屋上無片瓦/ 도진문전토 옥상무편와). 열 손가락에 진흙 한 점 묻히지 않고도,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이 있건만(十指不霑泥 鱗鱗居大廈/ 십지부점니 인린거대하).’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까마득한 간극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