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슬견외경ㅣ蝨犬畏敬]
효의정(손승호)
2022. 11. 27. 14:37
○ 이나 개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다.
○ 蝨(이 슬) 犬(개 견) 畏(두려워할 외) 敬(공경 경)
고려시대 문호 李奎報(이규보)의 ‘東國李相國集(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수필 ‘虱犬說(슬견설, 虱은 蝨과 같은 이 슬)’에 나온다. 고전번역원의 한역을 토대로 간단히 추려보면 이렇다. 한 사람이 찾아와 길거리서 개를 잡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 모습이 참혹하여 앞으로는 개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白雲居士(백운거사, 이규보 아호)가 답하길 화로를 끼고 이를 잡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자기는 다시 이를 잡지 않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미물과 큰 동물을 동일시하여 말하니 놀리는 것이라고 화를 냈다. 그래서 타이른다.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곤충 개미에 이르기까지 삶을 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동일한 것이네’ 그러면서 물러나서 달팽이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큰 붕새처럼 같이 보게 되면 도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만물은 크기나 겉모습, 인간에 대한 이로움과 해로움과는 상관없이 모두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라고 인식한 사상은 菜根譚(채근담)의 ‘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두고, 나방을 위해 등불을 켜지 않는다고 한 말과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