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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불사토양ㅣ泰山不辭土壤]

효의정(손승호) 2022. 11. 20. 21:42



○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는다
○ 泰(클 태) 山(뫼 산) 不(아닐 불) 辭(사양할 사) 土(흙 토) 壤(흙 양)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나오는 말로서, 태산은 작은 흙덩어리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큰 산이 되었다는 뜻으로, 도량이 매우 넓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사(李斯)는 초(楚)나라 사람으로 순경(荀卿)을 섬기면서 제왕의 통치술을 익힌 후,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초나라를 떠나 진(秦)나라로 갔다. 마침 진나라 장양왕(莊襄王)이 죽자, 이사는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呂不韋)의 가신(家臣)이 되었다. 여불위는 그를 신임하여 시위관(侍衛官)에 임명하였다. 이후 이사는 진나라 왕에게 유세할 기회를 얻어 큰 신임을 얻게 되어 객경(客卿)의 자리에 올랐다. 객경이란 다른 나라 인사를 등용하여 공경(公卿)의 자리에 해당하는 직위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韓)나라에서 온 정국(鄭國)이라는 자가 논밭에 물을 대는 운하를 만든다는 명목하에 진나라의 인력과 자원을 소비시켜 동쪽 정벌을 포기하게 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이 일어나자, 왕족과 대신들은 모든 빈객을 축출하자고 들고일어났고, 이사 역시 그 대상에 들었다. 이에 이사는 상소를 올려 자신의 뜻을 전했다. 다음은 그 상소문의 끝부분이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아지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병력이 강하면 병사가 용감해진다고 합니다. 태산은 본디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았으므로[泰山不辭土壤] 그렇게 높을 수 있으며,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았으므로[河海不擇細流] 그 깊음에 이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음으로써 그 덕망을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국토는 사시사철 아름답고 귀신이 복을 내립니다. 이는 일찍이 오제(五帝)와 삼왕(三王)께 적이 없으셨던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백성을 버려서 적국을 이롭게 하고 빈객과 천하의 인재들을 내몰아 진나라에 공을 세우지 못하게 하고, 다시는 진나라로 들어오지조차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적에게 병사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보내주는 격'입니다. 진나라에서 나지 않는 물건 중에 보배로운 것이 많고,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재 중에 진나라에 충성하려는 자들이 많습니다. 지금 빈객들을 내쫓아 적국을 이롭게 하고 백성을 적국에 가게 하면 이 나라는 텅텅 비고 나라 밖 제후들에게는 원한을 사게 되어 뒤늦게 나라를 구하려 해도 늦습니다."

이 상소문을 읽고 진나라 왕은 빈객들을 축출하지 않았다. 여기서 '태산불사토양'이란 말이 나왔으며, 도량이 매우 넓음을 비유하여 사용된다. 이와 같은 뜻으로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壤)'이란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