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도탄지고ㅣ塗炭之苦]

효의정(손승호) 2021. 12. 24. 19:05


 
○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과 같은 고통
○ 塗(칠할 도) 炭(숯 탄) 之(갈 지) 苦(쓸 고) 
 
진흙이나 숯불에 떨어진 것과 같은 고통(苦痛)이라는 뜻으로,가혹(苛酷)한 정치(政治)로 말미암아 백성(百姓)이 심한 고통(苦痛)을 겪는 것 
 
서경(書經)의 상서(尙書) 중훼지고(仲虺之誥)를 비롯하여 중국과 한국 여러 문헌에 나오는 말이다. 하(夏)나라 걸왕(桀王)은 미녀 말희에게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학정을 일삼다가 상(商)의 탕왕(湯王)에게 망하였다. 탕왕은 상을 세운 후 무력 혁명으로 왕위를 얻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나는 후세 사람들이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구실을 삼을 것이 두렵다.”고 하였다.  
 
그러자 왕을 모시고 있던 중훼가 이렇게 여쭈었다. “하늘이 백성을 내신 것은 그 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임금이 없으면 곧 어지러워지나이다. 오직 하늘이 총명함을 내시어 그로써 다스리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라가 있었으나 덕이 부족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므로(有夏昏德 民墜塗炭) 하늘이 곧 왕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시어 만방에 올바름을 나타내게 하고, 우왕 때의 아름다운 관습을 복구하게 하셨으니, 그 떳떳함을 따르시고 하늘의 시키는 바를 따르셔야 하나이다.”  
 
이른바 천명사상(天命思想)으로, 백성들을 괴로움에서 구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한 것은 정당하며, 모름지기 임금은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일화도 있다. 남북조시대 전진(前秦)은 후연(後燕)과 후진(後秦)의 공격을 받아 수도 장안을 점령당하고, 국왕 부견(符堅)은 오장산(五將山)으로 퇴각하였다가 후진의 군사에게 사로잡혀 죽었다.  
 
업(鄴)에 가 있던 부견의 아들 부비(符丕)는 유주자사 왕영(王永) 등의 도움으로 진양(晉陽)에서 즉위하고, 격문을 돌려 후진, 후연을 응징할 군사를 불러모았다. 그 격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선황(先皇)은 적에게 사로잡혀 죽고, 도성은 곤궁하여 도적의 소굴이 되었으며, 국가도 황폐하여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있다.’ 
 
이와 같이 도탄지고는 천명 사상을 내세워 정권을 무너뜨리려 할 때마다 자주 쓰이던 말이다. 백성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의미로, ‘도탄에 빠진다’는 형태로 많이 쓰인다.